언론보도

공기청정기로 코로나 살균?... "앉은 키보다 낮게 설치하면 바이러스 확산" (출처. 조선일보)

작성일
2020-04-29 15:00
조선비즈 장윤서 기자



입력 2020.04.29 14:08 | 수정 2020.04.29 14:39

가천대 길병원 연구논문… 청정기 위치 따라 되레 감염 위험 커져




연합뉴스

실내에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공기 중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29일 한국역학회의 국제학술지(Epidemiology and Health) 최신호에 발표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공기 청정기 설치 위치에 따라 근로자의 비말(침방울)을 제대로 정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확산만 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오염물질이 포함된 공기를 기계 아래쪽에서 빨아들여 필터를 거친 후 정화된 공기를 배출하는 방식이다. 이때 정화된 공기는 가급적이면 멀리 보내져야 하므로 흡입구보다 배출구의 풍속이 더 강하고, 상대적으로 배출구 주변에는 강한 기류가 형성된다.

따라서 공기청정기를 근로자의 앉은 키에 맞춰 책상 위 정도 높이에 설치해야 노동자의 기침 등을 흡입해 정화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분석이다.

배출구 주변에서 기침하거나 비말이 튀면 상승 기류를 타고 사무실 전체에 폭넓게 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습기 배출구 주변에서 오염원(기류)이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풍속이 높은 배출구 쪽으로 오염원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실험에서는 가습기의 배출구 위치와 비슷한 24㎝ 높이에서 오염원의 이동이 확연했다.

이는 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연구진은 바닥으로부터 각각 8㎝, 16㎝, 24㎝ 등의 높이에서 인공적으로 비말을 발생시킨 후 공기 청정기를 작동시켰을 때 비말의 이동 방향을 관찰했다. 그랬더니 가습기 배출구와 가장 가까운 24㎝ 높이에서 생긴 비말이 배출구 쪽으로의 이동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원 높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풍속이 높은 쪽으로 오염원이 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공기 청정기가 바닥에 놓여 있다는 점을 보면 공기 청정기를 설치함으로서 코로나19에 대해선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콜센터처럼 밀집된 환경에서는 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연구팀은 공기청정기가 자칫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2차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함승헌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감염자가 있다면 집단 감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당연히 확진자라면 근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자신이 무증상 감염자인지 알지 못한 경우 위험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의 공기 정화 방식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살균하는데 적합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기청정기는 입자상물질(미세먼지 등)이나 가스상물질(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을 희석하면서 공기 중 유해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방법을 쓴다. 이 같은 희석환기 조건은 독성이 낮고, 발생량이 적고, 가스 형태의 물질을 정화할 때 효과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전염성이 높고, 작지만 입자상 형태의 바이러스이고, 고위험 생물학적 유해요인이기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이용한 희석환기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공기청정기가 올바르게 사용 됐을 때 노동자들의 심리적 안정 등 효과는 유효할 것으로 분석됐다. 올바른 설치 및 사용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이 보급돼 바닥에 설치한 공기청정기로 인해 발생한 상승기류를 타고 비말이 흩어지는 것은 오히려 위험 할 수 있다.

함 교수는 "누구나 잠재적 감염자일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부스에서 발생원 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칸막이를 높여 근로자에게서 발생한 1차 비말을 다른 근로자로 옮기는 것을 예방하고자 한 방법은 적절한 조치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필터의 효과성과 효율성, 공기청정기의 기밀성, 살균기능 제품의 효과성, 난방기나 공기조화설비를 통한 감염 등 다양한 문제는 향후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